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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아이들의 눈빛같은 저하늘
2012년 05월 17일 14시 51분  조회:3367  추천:0  작성자: 구름바다

 
아이들의 눈빛같은 저하늘
 
                            림금산
 
어언 25년이나 된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나는 강산이 두번반이나 돌아누울때까지  나젊은 녀성들이나 잘해낼수 있을법한 소년아동신문사업을 내내 해왔다. 물덤벙 술덤벙하고 거칠은 나한테는 별로 어울릴상 싶지않은 어린이사업이였으나 
오래 해오다보니 차츰 어린이들의 눈물방울과 웃음방울을 자주 접하게 되였고 지금쯤은 길가에서 코를 길게 흘리는 코풀레기 애들을 만나면 주머니에서 휴지를 꺼내서 닦아주고야 직성이 풀릴만큼 그애들한테 감정이 가게 되였다.
아마도 직업병이란 이런것을 두고 하는 말이리라. 그만큼 나는 또 그애들의 순진한 마음이 옮아들어서인지 내마음도 점점 새파랗게 젊어지는 감을 느낄때가 많다...
 
20년전, 나는 연변8개 현시에서 선발된  우수학생 7명을 이끌고 조선사로청중앙국제부의 초청을 받아 조선을 방문하는
영광을 안게 되였다. 대표단 단장이랍시고 나만은 새빨간 매미차에 앉아 조선사로청중앙국제부 김룡철씨의 배동하에 앞에서 달렸고 그 뒤로 우리 신문사의 몇명 기자들과 애들이 함께 평양국제관계대학의 두 대학실습생들과 함께 봉고차에 앉아 13일동안이나 평양으로부터 원산, 송도원, 묘향산, 서해갑문, 만경대,금강산에  이르끼까지 한고패 잘 돌아보았다. 그때 내가 이끌고 갔던 애들은 이젠 모두 대학을 졸업하고 시집장가 가서 아이를 키우면서 그때의 이야기를 주고받군 한단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나의 머리속에서 잊혀지지않고 그 얼굴이 더욱 새록새록 떠오르는 애가 있으니 그가 바로  그때 우리 팀원중의 제일 나어린 애였고 소학교 2학년밖에 안되였던, 눈이 새까맣고 눈망울이 특별히 큰 룡정에서 온 김찬이란 애다.
금강산 구룡연에서 내려오다 목란각이란 널찍하고 큰 정자가 있는데 몇개 기둥은 맑은 물이 감돌아드는 깊은 계곡에
뿌리내리고 세워져 있고 절벽엔 총총총 소나무들이 보초병인양 푸르게 서있었다. 기화요초 만발한 산속, 맑은 공기와 신령한 기운이 떠도는 이 천하절경속에서 말쑥한 한복을 차려입은 젊고 이쁜 여성이 코신을 신고 나온다. 그녀는 나의 옆에 꼭 붙어앉는다. 그녀는  아주 공손한 태도로 두 눈을 살풋 내리깔고 강원도감자로 만든다는 감자지짐을 부드럽게 구워서는 나의 접시에 자꾸만 담아준다.
섭죽이 오른다. 금강산고사리채가 오른다. 금강산돌에다 직접 구워낸 불고기가 질질 가는 소리를 내며 고소한 향을 진하게 풍긴다...
술이 여러순배 돌자 우리는 저마다 흥이 나서 저가락장단에 우리 가락을 한두곡씩 뽑기 시작했다.
축축 솟은 바위가 멋지고 바위에 총총히 발을 묻은  소나무가 미끈한데 깊은 계곡에는 집채만큼 큰 돌들이 맑은 물속에 마구 쏟아져 내려 시원히 발을 잠그고 있는게 참 가관이다.
만포식한 나도 계곡에 내려가 그 맑은 물에 시원히 목욕하고는 바위에 올라 드러누웠다. 시름없이 남으로 흘러가는 구름송이를 바라보면서 나는 저도 모르게 입속으로 시를 토해냈다
 
신령한 자연 계곡에 내려
천년바위에 누웠네
기화요초 싱그런 속에
인간무상을 베고누워
늘어지게 코 고는데

그우에 발가벗은채 누운 나도
신선되여 천년만년  늘어져 볼가나

송진내 향기론 속에
바위는 미인송 총총 세워
키재기에 한창인데
숲 이룬 소나무 그림자
잘 생긴 바위를 슬슬 간지르네

겨드랑 밑으론 구름 흐르고
머리우론 맑은 바람 휘파람 불어라
 
...  ...
 
헌데 누가 막 나의 발을 잡아당긴다 잠간이나마 잠들었던 나는 눈을 떴다. 찬이가 바지가랭일 다 적시면서 맑은 물을 딛고서서 나를 조른다 "선생님, 빨리요 이젠 떠난대요"
나는 벌떡 일어나 여기저기 흩어져 자연속에 취해버린 일행을 모아놓고 인원수를 확인하곤 출발을 명했다. 모두들 소학생인지라 그들의 짐은 거의다 우리 성인들이 메고 다녔다. 사로청중앙의 김룡철씨와 두 대학실습생, 그리고 촬영기자와 우리 단위의 두분이 사실상 애들에겐 짐군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나도 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특별히 살갑게 구는 찬이의 큼직한 등산가방을 책임지였다. 한식경이나 나의 짐과 그애의 짐을 메고 비탈을 내리고 보니 방금전 목욕했는데도 온몸에 또 땀이 물처럼 흐르기 시작했다. 헌데 가만히 짐무게를 가늠해 보니깐 찬이의 짐짝이 나의 짐보다 두세배는 더 무거움을 느낄수가 있었다. "얘, 찬아 너 여기에 무얼 넣었길래 돌덩이를 처맨것처럼 무겁니?"
나의 물음에 그앤 해해 죽어라 웃으며 저만치 앞쪽으로 몸을 피한다...나는 더는 참을수가 없어 그애의 가방을 내려놓고 쪼로로기를 열어보았다. 헌데 이게 뭔가? 가방속에는 진짜 둥글넙적한 돌멩이가 두개나 들어있었다. "얘, 찬아 너 정신있니? 선생님은 힘들어 죽을지경인데 여기에 돌덩이까지 넣다니?" 나는 그애를 크게 핀잔주면서 당장 돌을 꺼내 그 깊은 계곡에 던져버렸다. 돌은 큰 바위에 부딛치며 산산 쪼각나 깊은 계곡속으로 떨어졌다...
헌데 이건 또 뭐냐? 찬이가 주저앉아 아주 섧게 울면서 길을 떠나지 않는다. 나더러 그 돌을 배상하라는 거다. 자기는 그 돌을 집에 가져다 따갑게 불에 달구어서 아버지한테 
불고기를 구워드리겠단다...나는 어처구니가 없는 그애의 심사에 뭐라 더 말이 나가지 않았다. 확실히 애는 애다. 천진하다고나 할가 철부지라고나 할가. 했어도 티끌한점 묻지않은 순진함만은 진실이였다. 9살짜리 애가 그 마음이 언제 오염될사이나 있었을가? 우리가 점심을 먹을때였다. 금강산 아지미가 불고기를 돌에 구워주면서 불고기할때 쓰는 돌은 꼭 금강산의 돌이여야 제맛이  난다고 했다. 그때 찬이는 큰 눈을 새똥그랗게 뜨고 유심히 듣더니만 진짜 그걸 아버지앞에서 실천하여 자기의 효심을 보여주려는 심사였다. 그래서 내가 목욕이랑 하고  바위우에 눕고 할때 그앤 맑은 물가를 오르내리면서 온 점심나절 그 돌 두개를 고르고 고른거였다.
허허 이를 어쩌누, 나는 퍼더버리고 앉아 발버둥치며 울어대는 그애를 어쩔방도가 생각나지 않아 계곡저쪽 벼랑만 우두키 바라봤다. 근데 그쪽 벼랑에선 공작새 날개처럼 활짝 깃을 편 가늘고 긴 몇줄기의 폭포가 보란듯이 날아내리고 있었다... 나중엔 그래도 우리사의 권선생이 그앨 달래냈다. 평양가서 그애아빠한테 선물할 좋은 기념품을 사주마고 겨우 달래냈다.

그러던 그애가 조선에서 돌아온 이듬해 그만 백혈병에 걸려 1년간 앓다가 애어린 나이에 이 세상을 떠나갈줄이야...막상 애가 떠나고 보니 나는 모든것이 후회되였다. 그때 좀더 땀을 흘리더라도 그냥 그 돌들을 메여다 주는걸 그랬다. 그애의 애어린 효심을 그 깊은 계곡에 처넣은게 어린 혼앞에서는 어딘가 잔인하게까지 느껴졌다 ...

금강산계곡을 누비며 그애들과 함께 웃고 울며 떠들던 일이 어제같은데 벌써 20여년 세월이 살같이 날아갔다...
지금쯤 그애가 살아있다면 이젠 대학을 졸업하고 가정까지 이루었겠는데...그러면 다시는 그때처럼 나를 원망하며 울지않고 되려 자기의 소행에 수집음을 타겠는데...그애는 끝내 그 티끌한점 묻지않은 순진무구하고 깨끝한 효심을 안고 저 세상으로 상큼상큼 구름을 밟아 걸어갔다...
 
나도 이젠 50을 넘은 나이이다. 하지만 나는 때때로 찬이와 같은 그런 티끌한점 묻지않은 깨끗한 마음을 안고파 저하늘 맑고 부드런 구름송이를 자주자주 바라본다. 그러면 내마음도 순화되고 려과되는감을 느낀다. 아마도 아이들속에서 매일매일 울고 웃으면서 그애들을 위해 뛰는 일이 점점 새파랗게 젊어질수 있는 비결인것 같다...취재길에 오른 오늘도 아이들의 눈빛같은 저 하늘은 구름한점 없이 말쑥하다                                                
                                                                                                                                         2012년 5월 5일 (아리랑주간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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